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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잃은 방랑자 -> 아가레스
* 편하게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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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한 번 제대로 봐주질 않지. 이러다 제대로 된 얼굴보다 옆얼굴을 더 오래 기억하겠다. 나는 머리 아프게 꼬아서 말할 줄도 모르고. 복잡한 건 멀리하는 성정이라, 웬만해선 그때마다 드는 생각을 그대로 읊는 사람이니까. 남들에게 그랬듯 네게도 그랬을 뿐이다. 그게 네 심기를 거슬렸을까?
바람이 멎을 때쯤, 보기 좋게 찌푸려지는 인상에... 곧바로 손을 거둔다. 멋대로 능력을 썼던 손은 소매 안으로 꽁꽁 숨기고. 고개를 기울인 채 그런 네 표정 잠시 살폈나, 답지 않게 어딘가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별로였어?"
"...이렇게까지 어필했는데도 믿음직스럽지 않다니. 사람 볼 줄 모르네."
입 비죽 내민 채로 툴툴거린다. 물론 네가 사람 하나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뭐 어쩌겠어. 성가신 단골손님이라도 되어야지.
"평균 수명의 반? (곰곰이 생각한다...) ...그럼 나랑 비슷한 나이네~ 나도 평균 수명의 반 정도 살았으니까."
기적의 계산법.... 새삼, 네가 자신과 다른 종족임을 되새긴다. 몇 곱절은 차이 나는 나이, 살아오던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외형. NPC...라기보다는 너 또한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물일 테지. 네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가 잠시 굳어졌다. 처음 보는 표정... 놀랐나? 저런 얼굴도 지을 줄 알았나. 매번 무표정 혹은 험악한 얼굴이었는데. ...웃을 줄은 아는 거야?
처음은 분명 무관심, 그러다 영문 모를 적대감에 대한 반발심, 호기심. ... 지금은 네가 내 진의를 알아봐 주었으면. 조금은 더 친밀해졌으면, 그리고.... 글쎄. 나도 모르겠어.
"별다른 목적 없이 그냥 단순하게, 그쪽이랑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지금은?"
방금, 노골적으로 피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네 의도를 알아차렸으나 잠깐의 침묵 끝에 되묻는다. 한 번쯤은 집요하게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한 번쯤은.... 묻고 싶은 것이다. 너한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여전히 여기저기 들쑤시고 성가시고, 무식한 모험가인가?
"내기하자는 거야? 술래는 자신 없지만...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지잖아. 그럼 난, 내가 아가레스를 찾아낸다는 것에 한 표. 내가 이기면~ 그날 하루, 나랑 어울려주기야. (실실 웃는 낯짝. 난데없는 내용이 추가된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는 장소가 한정적이잖아? 술래한테 불리한 싸움 힌트 정도는 달라구. 도박장, 상점... 말고. 즐겨 찾는 장소라던가 있어?
"...정말이야. 나름 여기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흥...) 그 멀쩡한 것의 범위에 내 흥미를 유발하는 질문은 없는걸."
네 얼굴 힐끔 훔쳐보면... 또 저런 얼굴이지. '정말 상처받는다니까?' 덧붙여 말하며 울적한 표정 지어본다. 덩달아 꼬리와 여우 귀도 추욱 쳐지는 게.... 정말로 한 몸이 된 것마냥 감정에 영향을 받는 건지.... 이렇게 혼자서 오래, 떠들어대던 적이 있었던가. 적당히 맞장구쳐주고... 들어주는 쪽이 내 성미에 맞았는데. 어쩐지 네 앞에선 자꾸만 말이 많아진다. 간혹... 네 쪽 흘겨보는 건 덤... '네가?' 같은 반응이라던지, 쏘다녔다는 말이라던지. 그럴 때. 그래도, 마지막에 보인 반응은 꽤 마음에 들었어.
...
어라. 이건 내가 예상한 답이 아닌데. 어쩌면 아쉽다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걸까. ...왜 자꾸 입꼬리가 금세 올라갈 듯 씰룩거리는지... 결국 네 쪽을 바라본 채로 약한 웃음 터트린다."내 이야기만 들으면 지루하지 않겠어? 재미없고, 불쾌한 이야기. 아가레스에 대한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질문하라는 말에 순간 놀라기라도 했나. 눈이 동그랗게 떠진 것이 느껴진다. 무릎 쪽으로 숙였던 허리를 도로 펴 제대로 너와 마주한다. 몇 초간의 침묵... 환하게 웃으며 정말? 되묻는다. 실실거리며 아, 어떤 걸 물어볼까. 속으로 고민하다....
"여기, 어쩌다 다친 거야?"
손가락으로 아까 가리켰던 제 왼눈을 똑같이 가리킨다.
마음 가는대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