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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NG_1 2024. 7. 3. 20:02

 

 

  레아 에벌리 -> 유니 스칼렛

 

 

* 편하게 받아주세요!

   PC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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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이라도, 자신한테 특별히 좋았던 기억이 있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간직하고 있다더라. 밤마다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셨다던 기억이 너한텐 그런 것이었나 보지. 적어도 그런 기억은 짜 맞춰진 건 아니라고 봐. 네가 직접 겪었던 기억이고, 인상 깊었던 소중한 기억이니까 몇 년이 흘러서도 나한테 말할 수 있던 거잖아?"

대수롭지 않게, 가벼이 물어본 질문이었다. 들려오는 어색한 웃음소리에 어느 날 어딘가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려 말해준다. 얼마 안 가, 옆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시선에 저 또한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조용히 시간만 흐른다. 어쩐지, 아까보다는 덜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래? 난 뭐든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좋아. 네 말대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 혼자서 그걸 풀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시간을 오래 쏟을수록 더더욱. ...그래. 열심히 해봐. 가끔 널 보면 한심할 정도로 덤벙대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넌 여기 STR 합격생이니까. 시험까지 거쳐서 당당히 합격했으면 가슴 좀 펴고 살라고. 나중에 SSS 대원이 되어서도, 지금 이 모습으로 지낼 건 아니지?"

뭔가 해보려는 듯 굴다가도, 고작 수학 하나 어렵다, 실격이지 않냐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니 답답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주제에 열심히 해내려 하는 모습은 마냥 밉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말은 괜히 오지랖 부려보는 것이다.

 

"수학이 그렇게 어려우면 나한테 물어보던가. 너 도서관에 종종 오잖아? 그때마다 나도 있을 것 같은데,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많이는 말고, 아주 조금만. 시간 많이 뺏지 말고. 그리고 그거 하나 어렵다고 바로 실격 소리가 나오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 들지 마."

어쩐지 무서운 교관이 된 것 같다....하는 생각을 말하는 본인도 인지하고 기분이 묘해진다. 남 일에 관여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이런 상황이 어색하고 성가시고... 짜증스러우면서도, 자꾸만 이런저런 말을 꺼내게 된다.

 

 

 


"훈련은 둘째 치고, 덤벙거리는 것도 고쳐. 너 복도에서 넘어질 뻔한 꼴 보는 것도 벌써 다섯 손가락이 넘어가려 그러니까."

이 말은 거짓말이다. 실제로 본 건 한 번 정도... 뻔뻔스레 표정 하나 안 바뀌는 낯짝에 넘어갈 것 같지만...

"난 밖에 나가서 돌아다녀. 산책이나, 훈련.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정신이 맑아지는 건 없거든. 게다가 최근에 라키아를 보니까 야외 정원에 길고양이가 돌아다닌다고 해서, 요즘은 찾아다니고... 아, 이건 빼고. 어려운 문제는 책 보고 해결해. 모든 답은 책에 나와 있으니까."

단순히 책을 본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본인 스스로 머리가 뛰어났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혼자 풀어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너를 배려하지 못한 답을 뱉는다. 이런 대답도 해결책이 되어준다면 다행이겠지.

 

 

 

 

...


그리고 들려오는 너의 당찬 포부. 기껏 자신감 있는 모습 보여주다가도 되레 물어오는 모습이 여전히 한결같아 보인다. 제 입 막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아는 것 같으니... 굳이 뭐라 말 덧붙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에는 가장 나아 보였으니까.

"기대할게. 네가 졸업할 때쯤에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 ....짧은 침묵 후에 '딱히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지만. 네가 좋은 모습 보여준다니까 한번 말해본 거야!' 이라는 유치한 말 뱉는 건 덤.

 

 

 


"딱 내 예상대로, 너 다운 대답이었어. 그래도 무섭다고 떨 줄 알았는데, 인명 피해를 막아보려고 시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이래서 인성 면접에 붙었나. 디자인? 그런 걸 하는 줄은 몰랐어. 엔지니어들은 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네가 저번 테스트 때 무슨 무기를 들었더라... 권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뒤늦게 깨닫고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표정이 뚱해지지만... 그래도 어쩐지 편안해 보이는 웃음에 저 또한 표정이 풀어진다.

 

 

 


뒤이어 들려오는 가족 이야기에도 표정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입가가 미세하게 굳어진 것 말고는. 살짝, 아주 살짝...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많이 자신이 했던 질문을 후회했나.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더 물어보지는 않는다. 

 

대신에 제 딴에는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

 

 


"괜찮아. 나도 친구 없어. 그런 건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